밤중수유와 수면교육박용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밤중 수유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이 질문은 이 글을 읽으시는 부모님들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셨을 질문이고, 실제로 진료실에서도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사실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적지 않은 난감함을 느끼곤 합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죠. 어떤 아기들은 ‘100일의 기적’이라고 불리면서 자연스럽게 밤중 수유를 끊게 되고, 어떤 아기들은 돌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밤에 수시로 깨면서 엄마 젖이나 젖병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밤중수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밤중 수유가 무엇인지부터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밤중수유란? 이름 그대로 밤에 하는 수유입니다. 그렇다면 또, 밤이란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가리킬까요?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까지를 보기도 하고,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밤중 수유를 끊어야 하나 고민 중인 부모님이라면 시간 관계없이 아기가 자다가 깼을 때 다시 잠들기 위해 수유를 필요로 하느냐로 간단히 생각하셔도 됩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수유하고 또 바로 잠든다면, 이 또한 밤중 수유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밤중 수유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아기들이 아직 어릴 때는 밤중 수유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행위입니다. 아직은 긴 밤 동안 버틸 만큼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하여, 혈당을 유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빠르면 2개월부터 밤중 수유가 필요 없는 아기들도 있으나 보통은 6개월 정도, 몸무게가 7kg 정도 되면 더는 배가 고파서 깨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만약 아기가 6개월 이상인데도 밤중 수유를 하고 있다면, 과연 아기가 정말 배가 고파서 깨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수면 습관 때문에 수유해야 잠이 들 수 있는 아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결국 밤중 수유를 끊느냐의 문제는 요새 말이 많은 수면 교육과도 때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자는 아기들이 그만큼 잘 크고, 잘 먹으며, 다른 가족들에게도 양질의 수면 시간을 제공해서 결과적으로 건강한 가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아기의 수면에 대해 살펴볼까요?
아기들의 수면구조는 어른과 사뭇 다르게 나타납니다. 사람의 수면 구조는 크게 렘수면(보통 꿈 수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과 비렘수면으로 나뉘는데 어른이 한 주기가 90~120분가량인 것에 비해 40~50분 정도로 짧습니다.
즉, 아기들은 같은 시간 동안에도 어른보다 더 많은 수면주기를 갖기 때문에 꿈도 많이 꾸고, 정상적으로도 더 자주 깨게 됩니다. 수면 교육의 핵심은 이렇게 정상적으로도 자주 깨는 아기들이 밤에 깼을 때 스스로 잠들게 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밤에 잘 자기 위해서는 낮부터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신생아 때는 불규칙한 게 당연할 수도 있는 하루 일과가 아기가 자랄수록 규칙성을 가지게 됩니다. 밤중 수유를 중단해야 하는 7-8개월 아기인데도 하루 일정이 엄마가 생각해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번 일과를 돌아보도록 해주세요. 대체로 아기가 비슷한 시간에 이유식을 먹고, 수유하고, 낮잠을 자고, 밤에 잠자리에 들고 있나요? 아니면 그날그날 너무 들쑥날쑥하게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학생이나 군인처럼 시간을 따져가며 생활할 수는 없겠지만 아기와 가족 간에 어느 정도의 일정한 규칙은 필요합니다. 아기도 다음에 일어날 일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덜 예민해지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루 일과 전체를 보기보다는 수면과 밤중 수유에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의 머리에는 시상교차핵이라는 부위가 있는데 여기서 우리 몸의 하루 리듬을 조절하게 됩니다. 즉, 날이 밝으면 깨게 되고, 깜깜해지면 졸리게 되는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처럼 날이 어두워져도 온갖 소음과 조명에 노출되다 보면 이 리듬이 엉키기 쉽습니다. 흔히 낮과 밤이 바뀌는 아기들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라도 낮잠을 잘 때를 포함해서 낮 동안에 가능한 빛에 많이 노출하고 밤에는 가능한 조명과 소음을 제거해 기본 리듬을 찾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낮잠 또한 오후 4시 이후로는 잠이 들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 생각해야 할 것이 수면 교육입니다. 하루 중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아기가 준비할 수 있도록 일정한 행동을 취해주는 것을 수면 교육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저녁 수유 후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히고, 어둡고 조용한 환경에서 눕힌 상태로 책이나 자장가 등을 불러주는 행동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반복적인 수면 교육은 아기가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에 일찍 규칙적인 시간에 잠이 들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밤중수유로
돌아갈까요?
밤중 수유를 끊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퍼버법이나 호그법 등 밤중 수유 및 수면에 대해 고민중인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방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말은 반대로 어느 한 가지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뜻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거 환경과 아기 성향에 맞춰 선택하시면 됩니다 제가 보통 많이 권해드리는 방법은 퍼버법으로 밤에도 낮처럼 시간을 정해서 수유를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단은 아기가 배가 고파서 깨는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깨서 젖을 물려고 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6~7개월 아기를 기준으로 예를 들면, 저녁 8시경에 자기 전에 수유하고, 새벽 1시경 깨워서 수유하고 그 후 아침 6시까지는 수유를 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중간에 깨더라도 수유 없이 잠들도록 달래주되 아기의 울음에 바로 반응하지 마시고 곁에서 지켜보시면서 아기가 스스로 달래면서 다시 잠자리에 들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반복하면 점차 새벽 1시 수유를 시간과 양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면 밤중 수유 및 수면 교육이 완성되게됩니다. 여기까지 읽어보시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어떤 분들은 ‘이런 거구나’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된다’라는 분들도 있을 테고, 또 어떤 분들은 ‘말이야 쉽지...’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중 수유와 수면 교육에 대해서는 책으로도 한 권 정도 되는 분량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말씀드리기보다는 대략적인 감을 잡으실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작성해 보였습니다. 수면 교육도 그렇지만 모든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서두르지 않는 것인 것 같습니다. 한번 하기로 마음먹으셨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일관성 있게 진행하시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니 한 걸음, 한 걸음 진행하시면서 꼭 가족들이 모두 편안히 밤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i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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